기울어진 가족회의

                                          김기연

“따르릉, 따르릉” 핸드폰 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4월초 고모님의 사망 소식이다.

97세의 생애로 남들은 호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연세다.

하지만 필자는 고모님 장례에 참석 못하는 불효를 하였다

이유는 퇴직한 노인들의 일상이 그렇듯 외손주들 등하교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례식 참석 문제로 가족회의가 열렸다.

(*가족회의도 영상통화로 하였다)

먼저 아들부터 말을 꺼낸다.

“아빠! 고모할머니는 어차피 돌아가셨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참석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며느리는 어른들 결정에 따른다고는 하나 친손녀가 있기에 내심 ‘안 갔으면’ 하는 눈치다.

다음에 딸이 말 한다.

“아빠! 고모할머니는 아빠한테 어머니 이상 가는 존재로 알고 있지만 외손녀들 봐주는 입장에서 참석 안 하면 어떠하겠냐?”고 말한다.

이번에는 사위에게 물었다.

사위는 “장인 어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난리인데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불참하는 게 좋겠다”고 참석 불가를 제안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진 후 예를 표하는 게 더 현실적 생각이라고 부연한다.

사위는 현직 의사이기에 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받아드렸다.

마지막 아내 의견 차례다.

전술한 의견을 다들은 아내도 “당신이 장례식 참석 후 만에 하나 감염이 된다면 온 가족은 물론 나도 직장에서 곤란해 질 수 있다”고 말 한다.

결론은 온 가족이 참석 불가 쪽이다.

“새도 죽을 때는 지저귐이 애달프고,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말이 착하다”고 한다. 그런데 고모님의 장례식 참석을 두고 불참이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아무리 가족들의 결정이라 해도 나에게는 어머니 같은 고모님이 아닌가.

필자는 초등학교 1학년에 어머니, 3학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가세는 기울고 당장 앞길이 망막하던 때에 부모님을 대신하여 고모님 댁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 주신 분이 아닌가.

물론 고모님은 나의 아버지 동생이지만 고모부님의 넓으신 마음이 없었으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고인이 되신 고모부님께 다시 한 번 고마음을 전하고 명복을 빌어 본다.

그 일이 있은 후 고모님께 불효하고 죄지은 것 같아 지금까지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종사촌 동생과 함께 파주에 있는 고모님 산소에 갔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단테는 지옥을 지나 천국 문 앞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었던 그녀였다.

나도 천국 문 앞에서 어머님 같은 고모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하고 돌아왔다.

<2020년 종로구 주민공모사업 '코로나19 극복 공동체 수기 공모' 우수상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