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인복지센터는 하루 3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이곳저곳에서 보이지 않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늘 봉사자의 손을 빌려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동안 당신들이 배운 것을 종묘공원 건너편 세운상가 앞에서 ‘북(book)적북적 어른이 놀이터 02콘서트(共理콘서트)’로 시민들에게 회향하는 날이었다.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다. 평소 우리가 생활하면서 쉬 지나치던 곳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그런 무대이기도 했다. 동시에 ‘가을날에 책 한 권쯤은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나를 채찍질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양 도성의 사대문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 숙청문을 만들었고 ‘신’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종각, 바로 ‘보신각’으로 바뀌면서 인의예지신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냥 지나쳤던 일상들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살아가면서 늘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오늘 02콘서트가 가능했던 것은 자원봉자사들의 보이지 않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센터를 이용하며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활동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준 봉사자들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공신들이다.

‘진심직설(眞心直設)’에 이런 말이 있다.

“마음이란 깊고 텅 비었으면서도 묘하고 순수하며 환하게 빛나며 신령스럽게 밝아서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없으면서 가만히 과거 현재 미래에 통하고 안에 있는 것도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면서 시방에 통철함이로다. 나지도 멸하지도 않는 것이니 어찌 사산이 해칠 수 있으며 성품과 모양을 떠난 것이니 어찌 오색이 눈멀게 하겠는가.(心也者 沖虛妙粹 炳煥靈明 無去無來 冥通三際 非中非外 洞澈十方 不生不滅 豈四山之可害 離性離相 奚五色之能盲)”

우리들의 마음이란 순수하고 환하여 언제나 밝게 빛나는 것인데 사상(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찌들어 마음에 때가 잔뜩 끼고 눈을 멀게 하여 평상심을 잃고 살아간다. 그런 까닭으로 삶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오늘 세운상가에서 어르신들의 공연과 더불어 종로의 역사에 대한 귀중한 이야기를 통해 평소 살면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 귀중함 등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반성해본다. 우리 센터에 늘, 한결같이 봉사 나와 주시는 분들의 귀한 마음을 나는 가벼이 여기지는 않았는지, 가깝고 친근하다고 쉬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하루였다.
 

자신의 마음을 단속하고 평상심이 진심이기를 기도하면서 센터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선지식이고 이보다 수행하기 좋은 도량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따뜻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평상심이기를 바란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출처: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