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미술관 신인작가 지원사업

<도약의 단초 8> 선정작가 생애 첫 개인전 

나용성 개인전

그때 그 사람들

Those people, those times

2022.11.2. - 11. 30

 

어렸을 때 로마에 살았다. 로마에서는 사람 모양의 조각상과 인물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어딘가 애매하고 고전적인 멋진 포즈를 하고,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이고 어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매우 중요한 상황 속에 있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저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에 그 극적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오래된 앨범 사진에서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이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인지 알지 못해도 뭔가 중요한 순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60년대 양복 신사와 한복의 번쩍이는 광택은 극적인 성화 속 인물의 옷자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시선, 눈을 감고 올리는 기도와 극적인 그림자와 같은 이미지로부터 찾은 어린 내가 느꼈던 감각을 중세의 성서와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처럼 엄숙하게 재현해내고자 했다.

그때는 언제이고 그 사람들은 누구인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고요한 흑백의 화면이 정적 속에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