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사람들]-영화 도슨트(서울노인복지센터)
“황혼의 나이에 영화 만드니 봄 날 꿈만 같아요”
메가폰 예술 구슬땀 노익장 과시…190편 중 노인·청년 절반 ‘세대간 소통’
▲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실버 도슨트’라는 자원봉사 모임이 있다. 도슨트는 ‘가르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뜻한다. 도슨트 자원봉사원들은 센터 안팎에서 영화 제작과 해설가로 활발히 활약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청년과 노인세대에 갈등이 심해지고 있잖아요. 영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도슨트’ 프로그램은 세대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마련했어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실버 도슨트’라는 자원봉사 모임이 있다. 도슨트는 ‘가르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뜻한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영화에 대해 좀더 전문적으로 배워 해설가로 활동할 수 있는 ‘영화 도슨트 양성과정’을 무료로 개설했다. 이 과정을 듣고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도슨트로 참여할 수 있다.
청년들과 영화 제작·공유하며 ‘인생 봄날’ 맞아…“뜨거운 열정에 가슴 불타요”
6개월 동안 영화에 대한 해석, 리뷰, 실습 등의 교육과정을 거친 영화 도슨트는 실제 문화공간에서 활동한다. ‘영화 도슨트 순회상영단’이란 이름으로 센터 내 상영관이나 학교·도서관·복지관 등지를 방문해 영화 해설을 맡고 있다.
“퇴직 후 무료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도슨트가 되기 위해 정기 모임을 가진 후 매주 탑골영화관에서 해설하고, 과제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해설 원고 작성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도슨트 활동을 통해 삶에 탄력이 생겼어요”
은퇴 전에 은행에서 근무했다는 박종택(72) 씨는 지난해 영화 도슨트 양성과정을 수료한 후 순회상영 때 영화 해설을 맡고 있다. 그는 영화 도슨트 활동에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은퇴 전 은행에서 근무했다는 박종택(사진 왼쪽) 씨는 ‘영화 도슨트’ 활동을 통해 청년과 노인 간의 세대 간극을 좁히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이초롱 대리는 영화 해설을 맡은 자원봉사원들이 두 세대 간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청년들은 노인들이란 대체로 무기력하거나 이제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연민의 정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죠.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절실함이 있어요. 모두 다 뜻이 있고, 내적 욕망도 강하죠. 가슴이 불타고 있습니다”
영화 도슨트 자원봉사원들은 청년과 노인 세대 사이의 간극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청년들이 노인 영화를 만들고, 노인들도 영화를 만든 후 서로 토의할 때 그간의 오해를 푸는 장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게 매력적이죠. 예전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지요. 그러다가 이런 수업이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아주 꿈만 같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교육을 받은 이후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한 최규종(83) 씨는 2013년부터 영화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가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하던 중 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센터에 와보니 영화 제작부터 촬영, 편집, 장비 대여 등을 다 할 수가 있더군요. 전국에 이런 시설은 없는 걸로 알아요. 덕분에 영화에 대한 애정을 좀더 많이 쏟을 수 있어 삶의 활력소가 됐어요”
80년대 영사 기능사로 활동했다는 윤무영(76) 씨는 노인복지센터 식당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2013년부터 영화 도슨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천호동에서 유니버스 영화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3년간 자원봉사를 하던 중 탑골 영화관 오픈 소식을 듣고 복지사에게 부탁했어요. 예전 영사 기능사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영화 도슨트 프로그램이 있었죠. 올해로 4년째인데 매일 나와도 거뜬합니다”
▲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주최하는 ‘노인영화제’가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영화제에서 영화 도슨트는 해설을 맡을 예정이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규종·박종택·김은수·구영식 씨) ⓒ스카이데일리
윤 씨는 과거 한국영사기사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인터뷰 시간 내내 영화에 대한 깊은 열정을 쏟아냈다.
“나는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의 활동은 삶은 연장선인 셈이죠. 요즘 날씨처럼 늘 봄날이라는 마음으로 살고있습니다. 여력이 될 때까지 도슨트 활동을 할 생각이고요”
과거 문화재 관리팀에서 일했다는 구영석(81) 씨는 2년째 영화 도슨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청년과 노인 간의 인식 차이를 해소하고 싶다”며 “노인들의 이슈는 ‘웰 다잉’인 반면 청년들은 먹고사는 게 큰 과제다. 그로 인한 간극을 영화를 통해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이초롱 대리에 따르면 자원봉사 모임인 ‘영화 도슨트’는 내년 중에 자원봉사단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자원봉사단으로 인정받으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금도 나온다.
‘영화 도슨트’ 회원들은 10주년을 맞는 노인영화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190편의 영화가 출품됐습니다. 청년과 노인이 만든 영화가 50대 50일 정도로 골고루 분포돼 있었죠. 작년과 마찬가지로 세대차를 극복할 수 있는 장이 될 겁니다. 특히 영화 해설을 맡을 도슨트 분들이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실 것으로 믿습니다”
길해성기자(hsgil@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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